2016-2020

용인주택단지 - 경사지의 네 가지 시선 (2018)

Pojects by Minhwan Park 2025. 7. 7. 21:54

 

경사 위의 땅은 언제나 건축가에게 질문을 던진다. 수평의 질서를 전제로 한 주거 공간에 경사라는 조건은 낯설면서도 풍부한 건축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요소다. 박민환 건축가가 2017년에 설계한 용인 주택단지는 바로 그런 조건 위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다.

이 단지는 4채의 단독주택으로 구성된 소규모 주거군이다. 그러나 ‘소규모’라는 말로 이 공간의 깊이를 축소해선 안 된다. 박 건축가는 대지의 경사와 각 필지의 위치가 갖는 미묘한 차이를 포착하고, 이를 통해 각 주택에 고유한 성격을 부여했다.

 

용인주택단지 - 박민환건축사사무소

 

프로젝트의 핵심은 각 집마다 달리 배치된 ‘거실’의 위치에 있다. 박민환 건축가는 거실을 단순한 공용 공간이 아니라, ‘집의 얼굴’이자 ‘정체성’으로 보았다. 그리고 이 얼굴이 각기 다른 풍경을 향하도록 의도했다.

그 결과, 네 채의 집은 모두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자연과 연결되는 거실을 갖는다. 어떤 집은 산등성이를 마주하고, 또 다른 집은 하늘을 향해 열린다. 이 거실은 모두 큰 창을 통해 외부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며, 내부 공간의 중심 역할을 수행한다.

 

용인주택단지 - 박민환건축사사무소

 

거실과 달리, 다른 방들은 의도적으로 닫힌 공간으로 설계되었다. 각각의 방은 단단한 육면체의 블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, 이 블록들이 서로 엇갈리면서 작은 틈들을 만들어낸다.

그 틈을 통해 자연광이 들어오고, 외부의 기운이 스며든다. 방의 창들은 외부에서 잘 드러나지 않지만, 내부에서는 그 틈 사이로 독립적인 풍경을 가진다. 이처럼 박민환 건축가는 겹침과 교차, 틈이라는 건축적 언어를 통해 닫힌 공간 속에서도 밀도 높은 체험을 가능하게 했다.

 

 

 

용인주택단지 - 박민환건축사사무소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용인주택단지 - 박민환건축사사무소

 

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일부 집에서 거실이 마치 ‘공중에 떠 있는’ 볼륨처럼 표현되었다는 점이다. 경사진 대지 위에서 거실은 때로는 위로 들리고, 때로는 옆으로 밀리며, 각 집이 놓인 위치에 따라 완전히 다른 형상과 시선을 가진다.

이러한 구성은 각 주택을 하나의 독립된 풍경으로 만들고, 전체 단지를 ‘건축적 지형’처럼 보이게 만든다.

 

용인주택단지 - 박민환건축사사무소

 

 

용인 주택단지는 반복되지 않는다. 네 채의 집은 동일한 어휘로 구성되어 있지만, 그 조합과 배치는 전혀 다르다. 박민환 건축가는 대지의 차이를 집의 차이로 치환함으로써, 동일한 단지 안에서 다채로운 건축적 경험을 만들어냈다.

이 프로젝트는 단독주택 단지를 설계함에 있어 획일적 패턴이 아닌, 지형과 공간의 대화에 주목해야 함을 일깨워준다. 각 거실은 주변을 향해 말을 걸고, 다른 공간은 조용히 내부를 응시하며, 그렇게 이 집들은 경사면 위에서 각자의 목소리로 주변과 호흡하고 있다.

 

 

 

용인주택단지 - 박민환건축사사무소

 

 

용인주택단지 - 박민환건축사사무소